여행 이야기

2박3일 하치노헤, 하코다테 홀로 여행기(2/2)

하코몬 2025. 4. 1. 14:42

2025/02/22 ~ 2025/02/24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체크아웃이 11시였기에 느긋하게 준비를 합니다.

 

와이프와 결혼 후 일본에 살기 시작하면서 저의 아침은 매우 빨라졌습니다.

집에서는 보통 6시나 6시 반이면 눈이 떠지더라구요.

 

오늘은 낮 12시 2분 신칸센을 타고 하코다테로 넘어갑니다.

한시간 여유가 있네요.

하치노헤역 뒷편에 새로운 건물들이 생겼더라구요.

몇년전만해도 없었는데 신기했습니다. 뭔가 사람도 많아진 것 같고..저의 시간이 변하는 만큼 몇년간 오지 못했던 하치노헤의 시간도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감상은 잠시 뒤로 하고..

간단히 뭔가를 먹고 가기로 합니다.

예전같으면 에키벤을 사서 신칸센에서 먹었겠지만 뭔가 좀 애매했습니다.

신칸센을 타고 신아오모리역에서 갈아타야 했거든요. 신아오모리역에서 또 하코다테까지 30분 정도니까..뭔가 좀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역안에 있는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서 하치노헤 라면이라는걸 주문해봤습니다.

일본에 와서 라면이 좋아졌는데 하치노헤 라면은 뭐지?? 싶더라구요.

맛을 보니 멸치육수 베이스의 간장라면이였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걸로..

속을 편안히 만들어주는 맛이였지만 전 이미 카라미소 라면에 길들여진 몸이라..ㅎㅎ

오랜만에 이 신칸세을 보니 여행을 하고 있다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뭔가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일본 전국일주를 하던 시절.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일본 여행가는 일정을 짜고 힘내서 일본에 왔을때 그 설레임이 잠시나마 느껴졌습니다.

 

신아오모리에 가까이가니 밖의 풍경이 급격하게 변합니다.

그럼 그렇지. 아오모리에 눈이 없는게 말이 안되지ㅎㅎ

 

다시 신칸센을 갈아타고 신하코다테호쿠토 역으로 간 뒤 로컬 열차로 환승한 뒤 하코다테로 향했습니다.

좀 가다보니 그리운 역이 보입니다.

고료가쿠역..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자주 이용하던 역이네요.

여기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던 기억. 이곳에서 와이프가 절 기다렸던 기억.

그 시절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꽉 채웁니다.

하코다테역에 도착했습니다.

양옆 호텔들은 벌써 개장을 했군요. 여전히 관광객이 참 많습니다.

언제나 정겨운 곳입니다. 와이프와의 첫 연애시절 정말 많이도 왔던 곳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제가 일본에 살게 될거라는걸ㅎㅎ;

오늘의 호텔은 컴포트 호텔입니다.

위치가 너무 좋았고 복지 포인트로 예약할 수 있는 곳 중 다이몬요코초에서 제일 가깝기도 했습니다.

 

항상 토요코인이나 새로 생긴 다른 비지니스 호텔에 숙박했었는데.

컴포트 호텔은 항상 보기만 했지 이렇게 숙박하는건 처음이였습니다.

 

뭐..평범한 일본의 좁은 비지니스 호텔이였습니다.

 

오늘은 하코다테에의 오래된 인연인 프리타상과 아드님을 만날 예정입니다.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다이몬요코초의 김가에서 우연히 알게되어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일본에 오면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 이외에는 모두 낯설었는데.

유일하게 저의 친구가 되어주고 항상 저의 편이 되어주고 와이프와의 연애 상담도 많이 해주시고.

너무나 고마움만 가득한 분입니다.

하코다테는 1년만인가..1년반 만인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이곳은 크게 변한게 없더라구요.

 

우선 프리타상과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1차 가게로 향했습니다.

다이몬요코초의 반대편에 있는 가게로 향했습니다.

프리타상이 이미 예약을 해주셔서 저는 그냥 졸래졸래 따라서 가기만 했습니다.

 

이곳에서 1년만에 만난 이야기.

지금까지 어땠는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엄청 수다를 떨며 맥주도 정말 맛있게 계속 마셨습니다.

 

어제의 아쉬움이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있었는데 많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저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지켜봐주신 느낌이라.

 

프리타상도 저에게 나이차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마치 자신의 자식이 성장하는걸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이렇게 일본에 와서 직장을 가지고 아이까지 생긴게. 너무 감격스럽다며 눈물도 글썽이셨습니다ㅎㅎ

 

저도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서 술을 더 마실수밖에 없었습니다(핑계)

2차는 언제나 그렇듯.

와이프와 프리타상을 처음 만난 곳.

다이몬요코초의 김가에 왔습니다.

 

제가 예전에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혼자서 다카야마에 갔다가 선물로 드린 저 인형이 가게 안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저의 결혼 축하 메세지까지 쓰셔서 장식해놓으셨더라구요ㅎㅎㅎ

 

모든 인연의 시작점이였던 이곳에 오니 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와이프와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아쉽기만 합니다.

언젠가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올 수 있는 날이 있겠지요.

 

여기서는 일본인 손님들이 있었는데 군산에서 2년간 일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하코다테에서 군산에서2년간 일한 일본인을 만날 줄이야ㅎㅎ

 

저의 고향과 매우 가까운 곳이고. 저의 아버지가 군산에서 배를 타셨던 적이 있기에.

저에게는 매우 친숙한 곳인데. 그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한동안은 군산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가득 피웠습니다.

 

그렇게 같이 수다를 떨다 보니 프리타상의 아드님이 일을 끝마치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몇년만인지..거의 6년 만인가..?

20살때 처음 만나고 와이프와 함께 넷이서 엄청 즐겁게 마셨던 추억이 있습니다.

프리타상의 아드님답게 성격도 너무 좋고 착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아드님인데.

정말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쌓인 이야기를 하며 또 엄청 마셨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마지막으로 프리타상의 단골집에 3차로 가서 맥주 1~2잔 더 마시고 오랜만의 만남이 끝이 났습니다.

이미 프리타상은 기절 직전이여서ㅎㅎㅎ

 

저도 따뜻한 마음 한가득 안고 호텔로 돌아와 바로 뻗어버렸습니다.

컴포트 호텔은 체크아웃이 10시였기에. 그리고 기차가 아마 12시였나 그랬을겁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에..그래도 하코다테에 왔는데 아카렌가쪽을 안가볼수는 없겠죠.

 

천천히 추억에 잠기며 둘러봤습니다.

이 시기에는 한국인보다는 중국인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 라이브 비슷한걸 하며 돌아다니는 중국인들도 많고.

어느 가게를 가든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오..여기는 예전에 제 친구 가족과 하코다테에 같이 여행 왔을때 와이프와 와이프 직장 동료와 같이 마셨던 가게네요.

관광객에게 특화된 가게라는 느낌이였는데, 프라이빗 룸이 있어서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제 6년전인가..

사실 이 날은 삿포로로 돌아가기전에 와이프의 미션이 있었습니다.

럭키삐에로의 햄버거가 먹고 싶어!

...네??

 

햄버거를 사서 그걸 JR에 들고 타서 안에는 따뜻할텐데 그걸 5시간 정도 들고 집으로 오는게..냄새를 떠나서 상하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괜찮다며 사오라고 하네요;;

 

근데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은 하코다테역이나 관광지 주변이 아닌 와이프가 살던 집 근처의 럭키삐에로를 자주 갔었기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거라는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뭐..뭐야 이거"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이게 줄 서서까지 먹을만한건가...라고 생각을 하다가 저도 처음 하코다테에 왔을때는 유명세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으니..

 

아무튼 가게밖까지 줄을 서있는걸 보고 기차 시간도 있어서 결국 포기를 했습니다.

너무 여유롭게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고료가쿠 근방으로 가서 살껄..괜히 여유부리며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역근처 지점으로 오니 이런 사태가..

 

와이프에게 라인으로 급 사과를 했지만 시무룩해진 느낌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와이프님..

결국 마땅히 밥 먹을곳이 없어진 저는 하코다테역 2층의 한산한 가게에 들어가서 카레를 주문했는데.

음....이 가격에 이 양에 이런 맛이면...음.........................음.....좋은 경험이였던걸로..

시간이 되었기에 이제 JR을 타고 삿포로로 돌아갑니다.

이 노선 인기가 많아서 언제나 만석이더라구요. 미리 예약안하면 당일 예약은 힘드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탔을때도 만석이였고 제 주변은 모두 중국인이였습니다.

이렇게 짧다면 짧은 2박3일의 홀로 여행기가 끝이 났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삿포로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어딜가도 관광객 기분이 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예전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치노헤의 아주머니를 뵙지 못한건 아쉽지만.

하코다테에서 힐링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럼 또 다른 포스팅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